동유럽 패키지 :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공원 여행기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공원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공원 두 번째 이야기. 사진으로만 보기에는 비슷한 풍경이 연이어져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비슷해 보이는 풍경이라도 물과 돌과 나무와 각종 생물이 이루어내는 조화는 그때 그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례로 폭포만 하더라도 그렇다. 규모가 큰 폭포부터 작은 폭포까지. 이 쪽에서 보는 느낌이 다르고 저 쪽에서 보는 느낌이 다르다. 

 

윗사진의 폭포와 아랫사진의 폭포는 사실 같은 폭포이다. 측면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것이 이토록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플리트비체를 걷다 보면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있다. 사진으로 보기엔 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지만 실상은 물의 동적인 흐름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코스 곳곳에 가득해 조용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시종일관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어느 지역에 다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만 없다면) 고요해지기도 한다. 마치 폴킴의 노래 초록빛의 한 구절처럼 '부딪히는 바람도 평화롭구나'가 마음에 와 닿는 곳이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거의 자연의 원형에 가까운 날 것의 느낌이라 가끔은 투박한 느낌이 드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런것 마저 사람이 만들어 내기는 힘든 것이기에 그 나름의 풍취가 있다.

 

정말 여지껏 살아오면서 본 폭포의 수보다 이 날 본 폭포의 수가 훨씬 더 많았을 정도로 폭포로 넘쳐 나는 곳. 시간만 있었다면 카메라 설정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멋있는 사진을 하나라도 건졌을 텐데 바쁘게 돌아다니며 찍느라 그러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높은 폭포도 있지만 이런 낙차가 크지 않은 폭포도 존재한다. 입수만 허락된다면 당장이라도 다이빙을 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장소가 곳곳에 널려 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이 많은 곳을 다녀오면 사진을 고르는 것도 일이다. 너무 많은 사진을 올리면 비슷한 풍경의 연속이 되어 지루해지도 하는 반면 너무 적은 사진을 올리자니 뭔가 아깝다. 적당히가 늘 어려운 법.

 

플리트비체가 호수와 폭포가 메인이긴 하지만 이 곳의 숲 또한 멋진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울창한 삼림에 싱그러운 공기는 숲길만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럽에서 한번 쯤 트래킹을 해보고 싶다면 이 곳 플리트비체에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코스가 여러 개 있어 초심자들이 가볍데 둘러볼만한 코스도 있고 코스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가 갔던 E코스는 거의 대부분 내리막이라 크게 힘들지도 않았다.

 

어느덧 플리트비체를 떠나올 시간이 다가 왔다. 이 곳에서 배를 타고 나가면 E코스는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 곳에선 코스에 따라 운행하는 배가 다르니 필히 안내 표지판을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길 곳곳에 안내는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잘만 보고 따라가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적다.

 

탑승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서 금방 도착한다. 떠나기가 아쉬운 사람은 호수 앞 벤치에 앉아서 마음을 다독여도 괜찮을 듯 하다.

 

배에서 내려서 출구 쪽으로 나가는 길엔 이 곳에서 보았던 것 중 가장 급경사 오르막이 있다. 숨을 헉헉 대며 올라가지만 그래도 이런 꽃도 볼 수 있어서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별 거 아니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곳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출구에서 나와 주차장 쪽으로 가는 도중에도 숲길이 있는데 숲이 우거져서 볕은 잘 안 드는 곳이었다. 나무 사이로 빛이 드는 바위 틈새에도 생명은 피어나고 있었다. 한 없이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이 곳에도 생존을 위한 나름의 처절한 투쟁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나에게 멋진 사진을 안겨주며 플리트비체에선 좋은 추억만 안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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