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예쁜 지우펀 (대만 신베이 여행)

나는 대만 여행을 지우펀 때문에 꿈꾸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될 때는 무언가 하나 쯤은 꽂혀야 가는 편이다. 보통 인터넷에서 여행 관련 정보를 보다가 넋을 놓고 사진을 들여다 보게 되는 도시가 있다. 대만 여행을 늘 꿈꾸게 했던 것은 바로 지우펀 사진을 보고 나서 부터였다. 밤이 되면 수 많은 홍등이 길을 밝혀 너무나 멋진 곳. 

 

특징 있는 도시는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불어 넣는 것 같다.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자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이며 꽃보다 할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흔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마을과 흡사한 분위기를 지녀 해당 에니메이션의 배경도시로도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 곳에 고양이가 많은 것인지 어쩐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올라가는 입구쪽에서부터 거대한 고양이 조형물이 반겨 주었다. 단순히 옛스런 멋만 있겠거니 했는데 시작부터 반전.

 

이번에는 실제 고양이가 나타났다. 관광객들이 익숙한 듯 지나가거나 말거나, 사진 찍거나 말거나 얌전히 있던 미묘!

 

이번에는 멍멍이들.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은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데 지우펀은 과연 살기 좋은 마을일까?

 

잠시 동물 친구들에게 시선을 빼앗겼지만 곧 옛스런 거리가 눈 앞에 펼쳐졌다. 본래는 붉은빛으로 칠했던 것 같은 대문은 세월이 흐름 속에 덧칠했던 색은 거의 잃어버리고 본래의 나무색이 더 많아졌다. 집주인은 어째서인지 다시 칠하지는 않은 채 그 보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봄 춘자를 붙여 놓았다.

 

이 곳 지우펀 거리의 백미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국 전통의 홍등이다. 좁은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수치루 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홍등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그렇다고 홍등만 보고 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조각상과 독특한 소품들이 이 곳 저 곳에 배치되어 있어 구경하며 올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치루 계단을 오르면 끝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그 맞은편 쪽에 도교 사원인 듯한 성명궁이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건물이 화려한 편이라 잠시 둘러볼 만은 하다. 

 

도교 사원 답게 부처가 아니라 관우를 모시고 있다. 타이베이의 도교사원 보다  용이 좀 더 부각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지우펀은 깔끔하고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있다. 옛스러운 것이 이 곳의 특징. 이 곳의 메인거리인 수치루와 지산제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 없는 반면 조금만 관광객의 동선에서 빗겨나면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가며 홍등과 풍경을 구경하는 수치루 거리와 달리 이 곳의 메인거리라 할 수 있는 지산제는 평평한 축에 속한다. 좁은 골목길로 수 많은 상점이 들어서 있어서 반쯤은 사람에 치여 걷는 거리이다. 이 거리는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걷다보면 썩 유쾌하지 않은 악취가 풍겨나와 걷기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범인은 크게 두 종류로 보였는데 하나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취두부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한 떡 같은 것을 파는 가게 주변으로도 악취가 진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다. 우리도 그냥 갈 수 없어서 사먹어 보았는데 그 중 하나는 버섯 튀김이었다. 맛은 처음에 조금 먹을때는 괜찮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버섯의 향취가 썩 맞지 않았고 갈수록 느끼해져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었다.

 

다음으로 먹은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라이다. 

 

 

소라구이를 능숙하게 손질하시길래 영상을 찍어보았다. 소라구이의 경우 맛있게 먹었는데 다만 해산물은 식으면 비린내가 좀 나서 식은 뒤에는 별로였다. 빨리 먹는 것이 방법!

지산제 거리 끝 쪽에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다. 수치루에서 올라가는 방향으로 봤을 때 오른쪽 편으로 가면 (내려 가는 방향에선 당연히 왼쪽) 된다. 북적북적한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갑자기 탁 트인 풍경이 나오니 더욱 멋져 보였다.

 

그리고 위의 뷰포인트에서 반대쪽 끝편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은 이 곳이 시종착점이 된다.(이 곳 말고도 하부 정류장이 더 있어서 꼭 그렇지는 않다)

지산제 거리는 사람도 많고 악취도 종종 나서 썩 걷기에 좋은 곳은 아니지만 그런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볼거리와 먹을 거리를 가지고 있다.

 

지산제 거리를 왕복하다가 다른 뷰 포인트를 발견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배도 고프기도 하고 시간도 좀 남아서 간단히 요기 좀 하고 가기로 했다. 어느 식당인지는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식당 지하 창 밖 풍경이 예술이었다. 지하지만 절벽쪽에 건물을 세우다 보니 지하에도 창을 낼 수 있었던 모양. 

 

비가 와서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웠지만 오히려 비가 왔기에 더 운치가 있었다. 아련히 보이는 바깥 풍경은 지우펀만의 아날로그 감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야말로 술이 들어 가기에 제격인 날씨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였으면 어쩌면 동동주나 막걸리를 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원 맥주 한 잔만으로도 여행의 맛을 더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웬만하면 실패하기 힘든 샤오롱바오를 이 곳에선 실패하고 말았다. 딤섬은 그냥 그랬던 곳. 하지만 풍경이 백점짜리라 넘어갈만 했다.

 

사실 지우펀의 홍등을 제대로 느끼려면 불을 밝힌 밤이 되어야 느낄 수가 있는데 이 날은 비가 온 덕에 늦은 오후였지만 벌써부터 홍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짧은 일정이라 지우펀에서 자고 갈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날씨 덕에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식당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나니 택시 기사님과 약속한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 왔다. 정신 없이 지우펀 거리를 뛰어 내려가는데 이상하게 인터넷에서 많이 보았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쯤에서 풍경이 예뻐 잠시 멈췄는데, 

 

옆을 돌아보니 몇몇 사람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제서야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찍는 포토 스팟이 이 곳이었던 것. 시간이 급박해도 이 사진은 도저히 안찍을수가 없던 터라 계단을 두 세개씩 성큼성큼 올라서며 사진을 찍었다. 물론 정신 없이 셔터를 막 누른터라 결과물은 영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남기길 잘했다고 뿌듯해 했던 곳.

 

너무 기대가 커서 엄청난 감동이 온 것 까지는 아니었던 지우펀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이 곳의 야경을 보러 꼭 다시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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