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공항에서 밀라노를 거쳐 베네치아로.

목적지는 베네치아인데, 밀라노 공항에서 시작한다고?

이유는 간단했다. 돈. 본래 4월에 출발하려 했던 일정을 3월말로 앞당겼던 이유도 돈. 바로 항공권 특가 때문이었다. 특가로 떠도 보통 80만원 내외대로 뜨는데 이때에는 유럽 왕복 항공권이 케세이퍼시픽 항공의 얼리버드로 무려 70만원 내외대로 풀렸다.

 

다만 유럽 모든지역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고 극 소수의 공항만 가능했다. 그 중 한 곳이 인으로 결정된 밀라노. (다른 한 곳은 아웃으로 결정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베네치아 특가 항공권과 비교해 10만원 이상의 금액 차이가 났다. 고로 밀라노에서 베네치아까지 이동한다 해도 최소 몇만원 이상의 비용차이가 났던 것이다. 

 

몇시간의 정도 시간 손해는 있겠지만 밀라노도 스치듯 잠시 눈도장은 찍을 수 있으므로 나쁜 선택은 아닌 듯 했다. 이렇게 해서 생각지도 않게 전혀 갈 생각도 없던 밀라노에서 2016년 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나는 비행기에서도 잘 자는 편이었고 쿠는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잘 못자는 터라 비행기에서 못자면 어쩌지 했는데 둘이 예상한 것과는 정 반대로 쿠는 홍콩 여행이 피곤 했었는지 비행하는 거의 대부분 시간을 잤고 나는 장기 여행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잔뜩 긴장해서 계획을 체크하며 이리 저리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리고 긴장감은 캐리어를 찾을 때까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짐을 잘 찾지만 운이 없는 경우에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짐도 못찾고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운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무사히 캐리어를 찾을 수 있었다.

 


밀라노 말펜사공항에서 말펜사 익스프레스를 타고 밀라노 중앙역으로.

트랜이탈리아를 통해 밀라노 중앙역에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까지는 특가로 기차표를 예매 했었기 때문에 우선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야했다. 가장 편한 방법은 공항철도인 말펜사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밀라노 공항에 안내 표지판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티켓 발권이었는데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발권하려다 카드 발권이 안되어서 한참 고생했다. 알고보니 현금만 받는 티켓 머신이 있고 카드까지 같이 되는 티켓머신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국가 특성을 생각해보면 왠지 그대로일 것 같다.

 

티켓 발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영어로 언어를 바꿔주고 BUY YOUR TICKET 을 누른 다음 목적지를 선택해주면 된다. 알고 있기로 말펜사 공항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직통 열차는 없기 때문에 아마 최종 목적지를 누른다 하더라도 환승편을 알려줄거라 어차피 밀라노 중앙역으로 가긴 가야한다. 

 

열차 배차간격은 10분, 20분 이런 단위로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1등석과 2등석 요금 차이가 없다. 사실상 의미 없는 구분이다.

 

유럽의 기차를 이용할 때 간혹가다 탑승 전에 펀칭이나 태그를 통해 인식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가 그런 나라 중 한곳이다. 심지어 시간을 지정하고 발권을 했는데도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우리나라 기차를 보면 미리 좌석 예약을 해서 승무원이 PDA를 들고 다니며 예약 되지 않은 좌석에 앉은 사람만 체크를 하는데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곳이 몇 안되는 것 같고 이탈리아는 유럽중에서도 시스템이 참 후지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벌금 내기는 싫으니 미리 펀칭을 하고 승강장에서 잠시 사진을 찍었다.

 

열차 자체는 깨끗한 편이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앉아 갈 수 있는데 밀라노 시내로 갈 수록 타는 사람은 많아진다. 

 

2012년 유럽 여행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남유럽 지역을 뺀 것은 전적으로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성격 상 조사를 너무 많이 하는 탓에 워낙 각양각색으로 털린 후기를 많이 보니 괜시리 가기 싫었는데 사전에 대비만 잘하면 웬만해선 소매치기가 못 턴다. (거의 병적으로 가방마다 자물쇠를 채우고 다녔다)

 

아무튼 그래도 독일 쪽을 여행할때 보다는 짐을 분실할까봐 신경이 곤두섰는데 마침 좌석 옆에 캐리어를 놓는 자리가 마련 되어 있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말펜사공항 1터미널 기준으로 밀라노 중앙역까지 54분 정도가 소요된다. 자세한건 아래 말펜사 익스프레스 공식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https://www.malpensaexpress.it/en/

 

Malpensa Express: Official Site

Milano Rogoredo - Milano Centrale VALIDITÀ Il biglietto è valido esclusivamente sul percorso indicato (non vale per la direzione opposta) per 3 ore dall'orario indicato nella data di viaggio per i biglietti Malpensa Express e i viaggi entro i 50 km, 6 ore

www.malpensaexpress.it


스치듯 둘러본 밀라노

비행기 연착을 대비해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시간을 약간 여유 있게 둔 편이라 시간이 좀 남았다. 

 

일단 배가 고프니 간단히 허기를 면하기로 했는데 마침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가 있어서 사먹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실패. 유럽빵은 거친 식감이 많아 확실히 우리 입 맛에는 웬만해선 잘 안맞다. 그나마 프랑스 빵은 먹어줄만 하다.

 

정신 없이 이동하느라 바빴는데 고풍스러운 역 건물 안에서 빵을 뜯고 있으니 비로서 유럽에 온 느낌이 난다. 피곤하긴 했지만 괜시리 기분이 좋던 순간.

 

빵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잠깐 밀라노 역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약간 현대적인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독일쪽 느낌도 난다. 하지만 뭔가 딱히 유럽스럽다 라는 느낌은 덜하다.

 

계획을 세울 때 쿠는 사실 밀라노 잠깐이라도 관광하고 가길 원했는데 내가 단칼에 거절해서 좀 미안하긴 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많은 도시를 소화하기엔 어떻게 보면 짧은 일정이라 버릴 도시는 과감히 버리고 싶었다.

 

딱히 역 밖에 뭔가 거창한 것이 있지는 않아서 곧 다시 역 안으로 들어왔다. 유럽 도시는 인구 규모에 비해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가 싶다.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기다리는 입장에선 썩 좋진 않았다. 일단 지나가는 사람이 많으니 짐도 신경 써야 하고 앉아 있을 곳도 별로 없어서 피로감이 높아져만 갔다. 게다가 지연 출발까지 해버렸다.

 

결국 비행기에서 그렇게 자고도 다시 피곤해진 쿠.

이탈리아 철도 시스템이 웃긴게 현장 발권한 티켓은 사전에 펀칭을 해야하지만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은 프린트만 해가면 따로 펀칭 같은 것은 안해도 된다. 아마 어플로도 확인을 할 수 있었지 싶은데 혹시라도 데이터가 안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은 원치 않았으므로 보다 확실하게 출력을 해갔다.

 

밀라노-베네치아 철도 구간은 풍경은 썩 볼게 없다. 그래서 좀 지루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편이다. 솔직히 자고 싶었는데 짐 도둑 맞을 까봐 불안해서 억지로 잠을 참았다. 물론 그래도 불가항력적인 순간은 있었지만.

 

그래도 무탈하게 2016년 유럽 본토 여행의 시작점인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확실히 밀라노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원하던 유럽 풍경 그 자체. 하지만 우리 숙소는 수상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했으니 다음 편에도 이동기는 계속 된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