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여행 : 수상버스/산마르코광장/탄식의다리/골목풍경

운하 도시의 대표주자 베니스

베니스. 현지어로 베네치아인 이 도시는 흔히 물과 운하의 도시라고 부른다. 베니스가 얼마나 유명하냐면 웬만한 운하 도시에는 어디어디의 베니스라는 명칭이 따라 붙는다. 북방의 베니스, 프랑스의 베니스, 독일의 베니스, 중국의 베니스 등등등. 

 

어찌보면 운하 도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독특하게 발달한 도시 형태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베니스를 대표하는 명물 수상버스

우리가 흔히 아는 버스라면 최소 바퀴가 네개 이상 달린 육지를 달리는 운송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물의 도시 베니스 답게 이 곳에는 독특하게 수상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베니스는 수백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므로 도로만으로 모든 섬을 연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베니스의 관문 격인 산타루치아역 앞에는 다양한 수상버스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시티카드가 아닌 일반적인 티켓을 구한다면 수상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티켓 머신을 이용하면 된다.

티켓은 이용기간 별로 발권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편도권은 75분이고 그 외에 1일권, 2일권, 3일권, 7일권 등이 있다. 탑승횟수가 많다면 1회권 보다는 날짜별 이용권이 가격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는 노선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한 곳에서 타는게 아니라 각 정류장 별로 A, B, C, D 같이 구분 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타려는 노선이 어느 곳에서 타야하는지 반드시 숙지가 필요하다.

 

내가 구매한 것은 2일권!

수상버스에 탑승하기 전에는 반드시 위 사진 속에 보이는 카드 단말기에다 탑승권을 태그 해야한다. 우리나라 교통카드 찍는 것과 동일하다 생각하면 된다. 

 

우리 호텔은 산마크로광장 바로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우선 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산타루치아 역 앞 정류장(Ferrovia)에서 산마르코광장 까지 운행하는 노선은 다양한데 노선을 잘못타면 빙빙 돌아서 가기 때문에 오래걸리고 어떤 버스는 똑같은 루트라 하더라도 정류장을 더 많이 정차하기도 한다.

 

그리고 급행 성격을 가지는 노선도 있어서 시간만 맞다면 급행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시간적으로 절약이 된다. 

 

산타루치아 역 앞의 풍경은 세련되었기 보다는 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 들었다. 

 

기나긴 이동에 지쳐서 수상버스에서는 거의 잔 것 같다. (초반 풍경이 다소 지루하게 흘러간 탓도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덧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하기 전이었는데 두칼레 궁전의 화려한 건축 양식이 단번에 눈을 사로 잡았다.

 


베니스를 걷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밖으로 나섰다. 기나긴 이동으로 피곤할 법도 했지만 그런 피곤함도 여행에 대한 기대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우리 숙소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동쪽편으로 다리를 두 번 건너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호텔에서 첫번째 다리를 지나 두번째 다리를 지날때에 이 탄식의 다리가 보였다. 

 

두칼레 궁전에서 재판을 받아 무죄이면 빠져 나올 수 있지만 중범죄를 지어 유죄를 선고 받으면 두칼레 궁전 안에 있는 피온비 감옥에 수감되거나 아니면 이 탄식의 다리를 지나 나오는 새로 지은 감옥,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다.

 

죄수들이 감옥에 수감되기전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다리였기 때문에 많은 죄수들이 이 곳에서 탄식을 했다해서 탄식의 다리라 명명되었다.

 

흔히들 카사노바도 이 다리를 건넜다거나, 그것도 모자라서 이 지하 감옥을 탈출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많은 곳에서 소개되고 있다. 일단 카사노바가 감옥에서 탈출한 것은 맞다. 다만 카사노바가 탈출한 감옥은 두칼레 궁전 안에 있던 피온비 감옥이었다.

 

탄식의 다리를 건너서 들어가게 되는 감옥은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이다. 따라서 카사노바가 탄식의 다리를 건너며 탄식을 했다느니,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을 탈출한 유일한 사람이라느니 하는 것은 후대에 살이 굉장히 많이 붙었다고 볼 수 밖에는 없다. (심지어 카사노바는 혼자 탈옥한 것도 아니고 공범이 있었다.)

 

사실 탄식의 다리는 사연만 제외하고 보면 특출나게 아름답거나 그런 다리도 아니고 오히려 모르고 본다면 시선 조차 잘 가지 않는 다리이다. 탄식의 다리 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산마르코-자카리아 선착장 앞으로 펼쳐진 풍경이었다. 

두칼레 궁전을 끼고 코너를 돌면 그 유명한 산마크로 광장의 종탑이 눈에 들어온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수 많은 건축물이 있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물을 꼽으라면 이 종탑 아니면 리알토 다리를 꼽을 듯 하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장소인 산마르코 광장은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을 한 곳이다. 다른 많은 유럽의 광장을 가봤지만 확실히 이 산마르코 광장이 주는 느낌은 남다르다.

 

고풍스러운면서 우아한 건물이 광장을 딱 적당하게 둘러 싸고 있다. 건물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답답했을 것이고 그렇다고 건물이 더 낮았더라면 볼품 없었을 것이다. 적당한 위요감으로 자꾸 걷고 싶고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이다.

 

거기에 산마르코 종탑이 참 절묘한 위치에서 포인트가 되어준다. 너무 광장의 중앙에 있었더라면 이상했을 텐데 적당히 중앙에서 비켜나서 개방감도 높이고 시선도 한눈에 사로 잡는다.

 

신나게 산마르코 광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리알토 다리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수상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뭔가 베니스의 골목 풍경이 궁금해졌으므로 걸어가기로 했다. 

 

워낙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이 많아 길 잃어 버리기 쉽다는 베네치아 였지만 운 좋게도 크게 헤매지 않고 다녔다. 언제 바다가 보였냐는 듯 좁은 골목길은 건물로 빼곡 했고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가게가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쇼핑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곤돌라가 보였는데 뭐 베네치아의 대표 명물이라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보면 볼 수록 곤돌라가 너무 많아 낭만적으로 보이기 보다는 정신 사나워 보였다.

 

오히려 곤돌라 보다 베니스의 화려한 가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베니스의 별칭을 앞서 말했던 물의 도시, 운하의 도시와 같이 물과 관련된 것도 있지만 다른 유명한 별칭으로는 가면의 도시라는 것이 있다.

 

유래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길어서 넘어가지만 아무튼 베니스 가면 축제는 세계 10대 축제로 꼽힐만큼 유명하다. 그만큼 다양하고 화려한 가면이 눈길을 사로 잡는데 조그만한 기념품도 가격이 다소 사악하다.

 

걸어서 도착한 리알토 다리는 아쉽게도 대대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흔히 보는 광경이라 새로운 것도 없었지만 하필이면 베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가 공사를 한다니 아쉽기는 했다.

결국 아쉬움은 다리 근처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 주변에서 걸어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탈리아 여자애들인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걸어 왔다. 아마 한국 아이돌 가수 팬이었던 것 같던데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자 자기들이 한 말이 통한게 기뻐서였는지 꺄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확실히 2012년도 여행 때와는 다르게 한국 문화가 많이 퍼졌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아마 지금 가면 더 많이 알아봐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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