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야경 : 때론 강렬하게, 때론 은은하게.

AL TEATRO GOLDONI에서 저녁을

기내식과 아점으로 먹었던 파니니 정도를 제외하면 이 날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기에 밥을 우선 먹기로 했다. 리알토 다리가 공사만 안 했다면 아마 조금 더 늦게 밥을 먹었겠지만, 리알토 다리 투어가 완벽하게 실패하며 조금 더 빨리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2016년 유럽여행 중 유럽에서 제대로 된 첫 식사. 늘상 먹던 맥주 대신 이 날은 유럽 분위기 좀 더 낸다고 와인을 시켰다.

파스타를 좋아하던 쿠는 본토 파스타를 꼭 먹어보고 싶다 했는데 이 곳에서 소원을 이루게 된다. 미트볼이 원하던 맛은 아니라 했고 약간 짠 것이 단점이라 했지만 먹을만하다 했다.

 

나는 해물 리조토를 시켰는데 해물이 적은 것이 아쉬웠지만 맛잇겠 먹었다. 베니스 와서 입도 못 댈 만큼 짠 음식을 먹어서 생각보다 별로라는 여행 후기가 많았는데 우리는 무난하게 넘긴 편인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길 탐방

베니스에 유명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냥 일반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베니스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오래되고 낡은 데다 골목도 좁고 사람이 넘쳐나 걷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골목골목 돌아나가면서 뜻하지 않게 예쁜 거리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온다.

 

여러 운하도시를 다녀 봤지만 사실 운하도시 치고 물이 깨끗한 경우는 별로 없다. 베니스 또한 그러하다. 막상 운하를 보면 깨끗하다는 느낌은 절대 안든다. 쿠는 물 비린내도 났다고 한다. 

 

보기엔 낭만이 가득해도 막상 살게 되면 그냥 그럴 것 같다. 다만 사진만큼은 어딜가나 물이 있기 때문에 잘 나올 뿐이다. 또한 그만큼 특색이 있기도 하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베니스엔 기념품 가게도 참 많다. 애초에 이 도시는 공예품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게에서 파는 예쁜 물건을 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도시이다.

 

베니스에는 크고 작은 다리가 참 많다. 주로 배로 이동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실제로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은 내 다리와 건너는 다리이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낮에 봤던 산마르코 광장과 색감이 또 다르다. 좀 더 진득한 색감을 내뿜는 산마르코 광장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낮에 봤던 탄신의 다리를 다른 길로 가게 되면서 반대편에서 보게 되었다. 저 멀리 내가 섰던 자리에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니스의 많은 다리 중 시각적으로는 크게 인상 깊은 다리도 아니고 카사노바가 건너간 적도 없는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카사노바 명성을 빌어와서 유명해진 다리.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이야기가 갖는 힘이 이토록 위대한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왔으니 현지 술을 도전해볼 용기가 좀 더 생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색이 너무 예쁜 술이 있길래 사 보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꽤 유명한 술이었다.

 

바로 이탈리아의 리큐어인 리몬첼로. 예쁘장한 생김새와 다르게 그냥 먹기엔 제법 독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발가는 대로 돌아다닌 거라 이 쯤되면 어디쯤인지 기억도 못하게 되었다. 유럽에 동상이 참 많은데 알고 찍는 것보다 모르고 찍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있으니 나는 찍을 뿐인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아쉽다.

 

운하 덕택에 베니스는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엽서 같은 분위기가 난다. 물이 주는 느낌과 낡은 것이 주는 느낌이 어우러져 어딘지 모르게 사연이 참 많아 보이는 동네 같아 보인다. 달리 말하면 다니는 길 곳곳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넘칠 것 같은 도시, 그곳이 베니스이다.

 


강렬함만이 전부는 아닌 베니스의 야경

자유여행을 한다면 어떻게서든 그 도시의 야경을 담으려도 애쓰는 편이다. 도착한 첫날에도 예외란 없었다. 피곤하더라도 숙소에 가만히 있기는 아쉽다. 

 

해가 저물고 나온 베네치아 풍경은 그야 말로 우아했다. 낮에는 낡아 보이던 건물이 밤이 되어 조명이 비추자 고풍스럽게 보였다. 게다가 이 도시의 가로등 또한 예사 가로등이 아니었다. 

 

베네치아 야경 중 화려함의 정점을 찾는다면 단연 산마크로 광장을 들 수 있다.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표현한 것. 낮에는 과연 그럴 정도인가 의아함이 조금이라도 들 수 있다면 밤에 본 산마르코 광장 풍경은 나폴레옹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치 황금성에 초대를 받은 듯 황홀한 풍경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비록 가게에 고용된 점원 일지라도 산마크로 광장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베사메무초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광장. 베사메무초 뜻은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줘요라는 것이다. 그만큼 사랑해달라는 뜻일 것인데 이 광장의 야경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화려한 야경을 지닌 광장을 벗어나 아카데미아 다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본래는 리알토 다리 야경을 보려 했지만 낮에 공사하는 것을 봤으니 급하게 일정을 수정했다.

 

지나가는 길에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길래 찍어 보았다.

 

이 도시는 축복받은 것이 조명과 운하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그림이 된다. 흔한 레스토랑도 베니스에 있기에 찍고 싶은 풍경이 되는 것이다.

 

오래된 주택가도 조명과 다리, 운하와 함께 하니 셔터에 손이 간다. 누군가는 베니스의 운하가 별로라고들 말을 하지만 운하가 없는 베니스의 풍경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렵다. 

 

이 당시에는 유럽에서 야경 사진 좀 잘 건져보겠다고 삼각대까지 메고 나가서 다행히 이런 사진도 건질 수 있었는데 요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다녀보니 힘들더라.)

 

리알토 다리만큼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 제법 유명한 아카데미아 다리에 드디어 이르렀다. 아카데미아 다리는 리알토 다리만큼 화려한 멋은 없다. 다만 이 곳 주변 풍경이 괜찮은 편인데 특히 운하 끝쪽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이 곳에서 인물 촬영을 감행했다. 보정 없이 원본 사진은 어둡게 나오지만 보정하니 제법 괜찮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베니스의 야경을 바라보는 쿠. 가끔 이렇게 무언가를 바라보는 사진을 찍을 때면 사진 속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내가 요구하는 포즈를 신경 쓰느라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보니 리알토 다리를 안 간 것이 크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나는 이 곳 풍경이 썩 마음에 들었다. 산마르코 광장처럼 너무 화려하지도 다소 은은한 조명으로 운하에 수를 놓던 곳. 

다시 돌아가려는데 독특한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밤이 되어 벽에 그림자가 크게 생긴 덕에 잠시 우주 공간처럼 착각이 들던 조형물. 구글 위성 지도를 보니 다른 조형물이 있는데 그때 그때마다 외부에 다른 조형물을 설치하는 가 보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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