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산마르코 종탑에 올라가서 본 멋진 뷰

산마르코의 종탑

어떤 도시의 전경을 보고 싶다면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면 된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꼽으라 하면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산마크로의 종탑이다.

 

높이 98m의 탑은 최초로 9세기에 지어져 여러 번의 소실을 거쳐 현재 모양대로 재건된 것은 1514년으로 역사가 깊다. 다만 1902년에 붕괴되는 바람에 재건을 거쳐 1914년에 최종 완공되었다. 대부분 도보로 걸어 올라가야 하는 다른 유럽의 전망대와 달리 이 곳은 유료긴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주었기 때문에 서둘러 채비할 수 있었다. 유럽 호텔 조식은 빵과 햄류, 약간의 과일과 음료로 보통 구성되어 있는데 어찌 보면 참 별거 아닌 구성이지만 이상하게 대부분 맛있다. 

 

조금만 늦어도 산마르코 종탑 대기줄이 길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왔기에 오픈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도착했다. 다행히도 우리 호텔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 조율하기가 편리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산마르코 광장을 전날에 낮에도 보고 밤에도 봤다면 이 날은 아침부터 볼 수 있었다. 아침 특유의 신선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해주었던 터라 컨디션이 몹시 좋았던 날이다.

 

오픈전부터 대기줄이 있었는데 그래도 일찍 나선 덕에 길지는 않아서 조금 기다린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기다림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유럽 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도착하자 종이 보인다. 하지만 종을 보러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이 멋진 베네치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분명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지만 좁은 골목을 돌아다니고 운하만 대부분 본터라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났는데 이 곳에 오르니 아드리아해의 멋진 풍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보는 풍경도 좋았지만 광장 쪽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붉은색 지붕과 하얀 아치로 둘러진 광장의 규모가 지상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거대하게 다가왔다.

 

전날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야경으로 봤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은 종탑에 올라와서 보아도 단연 군계일학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저곳에 저렇게 거대한 성당이 없었더라면 뭔가 좀 더 심심했을 것이다.

 

종탑을 한 바퀴 빙 돌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했는데 제 각기 다른 맛이 있었다. 이렇게 바라보면 아까와는 다르게 중후한 멋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뛰어난 풍경은 딱 이 구도가 아닐까 싶다. 운하 건너편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과 또 다른 건너편 섬에 위치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함께 담기는 이 각도. 운하와 바다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위치이다.

땅 아래에선 거대하게 보였던 기념상도 이 곳에 올라와서는 아기자기하게만 느껴진다. 거대 마천루에 오르면 까마득한 느낌이지만 산마르코 종탑의 높이는 100m가 안되기에 미니어처 같은 느낌에 가깝다.

 

이 도시의 시작은 과연 어디였을까? 누가 제일 먼저 바다 위에다 이런 멋진 작품을 남길 생각을 했을까? 

 

이 곳에 올라와서 사진을 안 찍는다면 그것은 분명 이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기만하는 행위일 것이다. 

 

내려올 때 보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줄의 방향을 보니 두칼레 궁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두칼레 궁전 내부는 둘러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패스하고 베네치아 외곽에 있는 다른 섬을 둘러보러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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