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근교 섬 토르첼로 보고 와서 인생 젤라또 맛보다

조금은 을씨년스럽기도 한 토르첼로

시간이 빠듯한 여행자는 부라노섬만 보고 오고, 보통은 무라노섬과 부라노섬을 함께 보는 코스를 선택한다면 토르첼로섬은 베네치아 근교의 다른 섬에 비해 많이 가는 여행지는 아니다. 

 

부라노섬과 지척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특별하게 볼거리가 있거나 할게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봤을 때 토르첼로섬은 역시나 나에게 있어서도 크게 가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곳은 아니었지만, 시간도 충분히 되고 부라노섬과 가깝기 때문에 일정에 넣었다.

 

같은 번호의 버스라 해도 행선지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토르첼로 선착장에 도착. 확실히 다른 섬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토르첼로 선착장에서는 부라노섬이 보인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 장 더 찍어 보았다.

 

토르첼로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운하를 따라 다소 걸어야 한다. 섬 자체가 크지는 않아 오래 걷지는 않는다. 대부분 빽빽하게 건물로 들어 찼던 다른 섬에 비해 토르첼로는 오히려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마을 풍경은 딱히 이쁘다기 보다는 다소 황량하고 어찌보면 을씨년 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그렇기에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취는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운하를 따라 가다 대략 이 건물이 보일 때쯤에 이 마을의 중심지가 나오게 된다. 다만 뭐 중심지라고 할 것도 없이 건물 몇 채가 끝이다.

 

그나마 토르첼로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라 해야하나? 정말 소박한 규모의 마을이다.

 

이 곳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 섬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거의 다 나온다. 하나는 위 사진에서 우리가 앉아 있는 아틸라왕의 보좌이다. 왕의 보좌라지만 앉아서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좌 치곤 상당히 투박하다.)  그리고 주변으로 몇몇 조각상이 있고 아틸라왕의 보좌를 마주보고 산타마리아 성당이 있다.

 

산타마리아 성당 좌측편으로 산타포스코 성당도 있는데 그냥 지나친듯 하다. 토르첼로섬은 11세기까지는 근방에서 가장 큰 정착지였다. 5~6세기 경 훈족의 침략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정착하게 되었고 바다를 끼고 있는 이 점을 살려 비잔틴 제국과의 주요 교역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토르첼로섬 주변이 점점 늪으로 바뀌게 되어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자 거짓말처럼 인구 유출이 일어나게 된다. 한 때 베네치아 보다 인구가 많았던 이 곳은 이제는 겨우 60여명 정도만 사는 곳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작은 섬에 한 때 12개의 성당이 있었고 오늘날까지고 규모가 큰 두개의 성당이 남아 있다. 물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윗사진처럼 거의 폐허처럼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성당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벌써 이 섬의 끝에 다다른다. 이렇게 목가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 한 때는 근방에서 제일 분주한 곳이었다니, 하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탄광 도시의 몰락을 살펴보면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10세기 쯤 내가 왔었더라면 오래 머물렀겠지만 2016년에는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사색하기에는 좋은 장소이나 꼭 가봐야 할 추천 여행지로는 솔직히 못 꼽겠다. 여유 있게 트래킹 하는 느낌으로 다닐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다시 수상 버스를 타고 산마크로 광장으로 가는 길. 토르첼로에서 산마르코 광장까지는 직행 버스가 없기 때문에 무라노 파로(Murano Faro)에서 환승을 한 듯 하다.

 

한적 했던 토르첼로와는 다르게 번잡스런 베니스 본 섬. 이제는 자주 봐서 별 감흥 없는 곤돌라가 여러 대 정박 중이다.

 

다음 날 우리는 피렌체로 넘아 갔기에 숙소에 들렸다 아쉬워서 밖으로 다시 나왔다. 

 

별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젤라또 가게가 보였다. 이탈리아 하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젤라또. 잠시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선 맛이 어떤지나 보자며 한 컵만 주문을 했다.

 

위 사진에서 다크초콜릿과 스머프 사진이 그려져 있던 것으로 결정. 가게에서 파는 젤라또 종류도 적고 해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완전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음식중 피렌체 티본스테이크와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것이 이탈리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젤라또가 되었는데 그 다음에 쿠가 먹자고 했을 때 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거절하는 바람에 더 먹을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기고 나발이고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기념품 가게에 들려 이것 저것 사다보니 어제 보았던 리알토 다리에 오게 되었다. 어제 보다는 멀쩡한 모습에 다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더 찍었다.

 

사실 이 곳 저 곳 둘러본 가게는 많았지만 기념품 가게에서 사진을 찍는 건 잘 못하겠어서 남긴 사진이 별로 없다. 그러다 엄청나게 화려한 가면가게를 발견해서 셔터를 눌렀다. 베네치아가 만약 첫 도시가 아니라 마지막 도시였으면 저 가면을 분명 사왔을 것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현지인이 많이 보이는 곳이 있어서 우리도 들어가봤다. 주로 파니니, 샌드위치, 샐러드류를 파는 곳이었는데 컵라면과 같이 먹으려고 샐러드를 사갔다. 맛은 뭐 그냥 저냥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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