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여행 : 무등산 모노레일과 팔각정

색다른 스릴을 선사한 광주 무등산 모노레일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 리프트를 타고 무등산 산줄기에 올라 우리가 향한 곳은 또 다른 탈거리 무등산 모노레일 탑승장이었다. 리프트 탑승장에서 잠깐 걸으면 금방 나온다. 

 

그런데 모노레일 상태를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와 이거 뭐야? 대체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도 안될 정도로 낡은 모습. 관리도 엉망이었다. 위에서 아저씨가 기다리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기다리고 있으면 뒤에 온 사람들이 먼저 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이걸 진짜 굳이 돈 주고 탔어야 하는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봐도 봐도 적응 안되는 비쥬얼. 이 정도면 90년대도 아니고 80년대 감성이려나?

좌석은 2좌석 씩 3열로 1량. 총 3량이다. 제일 앞에는 운전수 분이 타니까 한 번에 17명까지 탈 수 있는 참으로 소박한 규모이다. 뭐 편안하고 이런 건 기대할 바 못되고 구동음까지 들어보면 거의 경운기 타는 느낌이다.

 

몹시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매우 느린 탓에 주변 구경 할 정도의 시간은 된다. 일단 무등산 모노레일에서 보이는 풍경 자체는 굉장히 멋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고가의 선로이다. 제법 높은데 천천히 가면서 생긴건 또 금방이라도 무슨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의 비주얼을 하고 있어서 뭔가 모를 스릴감이 든다. 고소공포증 있는 분이면 살짝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이때가 11월 초였는데 군데군데 단풍나무가 있어서 시기를 제법 잘 맞춰온 듯했다. 아무래도 남쪽 지방이다 보니 단풍이 늦게 든 모양이다.

 

고가 구간을 지나면 잠시 숲 구간이 나타난다. 이 쪽은 특별히 볼 건 없는데 숲 구간에 접어들면서 상대편 열차와 마주하게 된다. 반대편 정거장에 도착하면 다시 출발할 때까지 잠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정거장 근처에서 쉬어도 되고 팔각정 정도까지만 다녀와도 되는데 우리는 팔각정을 가보기로 했다.

 

 

팔각정이라 해서 고풍스런 정자가 있나 했더니 그냥 시멘트 건물이다. 이 마저도 옛스런 건물. 그냥 위에서 풍경을 보는데 의의를 두어야 한다.

 

조명빨 제대로 받은 것 보소?

확실히 조금이라도 높으니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데 있어서 유리하긴 했다. 늦가을, 늦은 오후의 무등산. 빼어난 경치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힐링은 하고도 남을 풍경이다.

 

팔각정에 오르니 광주시가지 풍경이 좀 더 시원스레 담아진다. 우리나라야 대부분 도시가 아파트판이라 풍경이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위에서 보면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탈거리 자체만으로는 무등산 리프트와 모노레일은 가성비가 정말 나쁜 편이다. 하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예전 감성이 남아 있어 세월을 지나치게 거슬러 올라가는 황당함에 웃게 되는 곳이다. 또 의외로 친구나 가족끼리 같이 재미나게 사진 찍기도 좋다. 

 

갈 때는 풍경을 보느라 못 찍었는데 올 때는 선로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지금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건설할 당시에는 꽤 난공사였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나름의 비용을 치룬 덕에 편안하게 늦가을 무등산 풍경을 빠르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 나는 봄이나 여름에 여행을 가는 편이라 가을 단풍 사진을 남긴 게 별로 없는데 2019년 광주 여행에서는 조금 끝물이긴 하지만 단풍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그런 점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탈 때는 몰랐는데 돌아올 때 보니 나름 정거장 이름도 있다.

광주 무등산 리프트와 모노레일은 멋있는 것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느림과 옛스런 것들의 미학을 아는 분들이 다녀오면 좋을 곳이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가면 의외로 이런저런 잔재미가 있는 곳. 여행을 갔던 우리 모두에게 의외로 괜찮았던 장소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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