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여행 : 한번쯤은 꼭 봐야 하는 스페인 광장 야경

세비야 야경의 진수 스페인광장

세비야 대성당부터 스페인광장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은 확실히 잘못된 선택이긴 했다. 스페인광장 입구에 다다를 무렵에는 괜히 오밤중에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솔직히 후회됐었다. 하지만 후회가 환희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눈앞엔 바로 아래와 같은 황홀한 야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때론 명성이 너무 높은 곳을 가면 후회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니 명성만큼만 보여줘도 다행이다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스페인광장의 야경을 두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을 뿐만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1929년 에스파냐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생각보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대서양을 연상시키라도 하는 듯 큰 호수와 호수를 감싸고 있는 듯한 거대한 건물군은 대항해시대를 제패했던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명성이라도 재현하려는 듯 위풍당당하기 까지 한 느낌이었다.

 

조명이 이렇게 환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멋진 장소가 이 순간만큼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광장의 크기는 휴먼스케일을 아득히 넘어서는 듯하다. 아메리카를 차지하며 한 때는 세계의 최강국으로 군림했었던 스페인의 기상이 느껴질 정도이다. 

 

다리마저 도기로 난간을 장식해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다리가 아팠던 것 마저 잠시간 잊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마음만 먹으면 이 곳을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세비야 사람이 이때만큼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사람보다 더 많은 숫자의 오리.

 

유일하게 아쉬운 것이라면 조명이 너무 강하기도 한 데다가, 이 당시 들고 갔던 렌즈의 빛 갈라짐이 썩 좋지가 못해서 생각만큼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못한 것이다.

 

원래는 다리가 아파서 잠깐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떠나기가 아쉬워서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직선으로 되어 있었다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다소 걷기 지루 했을 텐데 반달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감이 덜했다.

 

바깥만 둘러보다 혹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예상외로 출입 통제 같은 것은 없어서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있었는데 아무도 없다 보니 살짝 무섭기도 했다.

 

2층으로 올라서니 또 다른 느낌이다. 

반달 모양의 건물군과 아치로 이루어진 열주. 그래서인지 스페인 광장은 웅장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늑해 보이기도 한다.

 

스페인 광장의 멋진 야경을 본 것은 너무 좋았는데 다시 숙소까지 돌아가기가 막막해졌다. 저녁 먹고 몇 시간이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스페인 사람들이 밤에 놀기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밤거리가 조용하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대인지구를 지날 때쯤이었던 것 같다.

 

숙소에 다 와갈 무렵에는 또 그냥 들어가기는 아쉬웠는지 다시 과달키비르 강변으로 나갔다. 덕분에 이사벨 2세 다리 야경도 찍을 수 있었다. 세비야도 은근 야경 명소가 많은 듯하다.

 

확실히 몸은 고달팠지만 지나고 나니 추억이다. 다시 똑같이 해보라면 좀 더 편한 방법은 찾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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