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런치세트 메뉴델디아 : 세비야 almiranta

어쩌다 감자 파티해버린 메뉴 델 디아 도전기

2016년 4월 4일. 스페인에서의 첫 아침은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뜻하지도 않게 남은 일정을 혼자 소화하게 돼서 기분도 썩 그리 좋지 않은데 비까지 내리니 더 우울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남은 일정이 20여 일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평소 여행할 때보다는 조금 느지막이 나선 이날엔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야 했다. 스페인은 혼자 다니는 여행자도 충분히 식도락 여행이 가능한 게 전날 저녁에 먹었던 타파스가 있기도 하지만 점심때가 되면 전식과 본식이 세트로 구성되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메뉴 델 디아라는 특유의 런치 세트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구글맵을 뒤적거리며 근처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세비야 대성당 인근의 almiranta라는 식당이었다.

 

 

유럽에서 원체 낡고 오래된 식당을 많이 봐서 그런지 외관도 그렇고 깔끔한 것이 맘에 들었다.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있었는데 패스워드를 귀엽게 손글씨로 써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시인성은 아무래도 떨어졌지만 사소한 것에서도 감성이 느껴진다. 

 

스페인에서는 식당 가면 거의 빠짐없이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그리고 늘 생각보다 밍밍해서 실망했는데 그나마 첫날 타파스 집에서 먹었던 게 어 생각보다 그냥 그런데라고 했던 것이, 되돌아보니 제일 나았다. 술로 먹자니 뭔가 심심하고, 음료로 생각하자니 샹그리아 말고도 맛있는 게 널렸는데라는 느낌? (한국 와서 내가 만들어 먹은 게 훨씬 맛나다.)

 

올리브는 샹그리아를 시켜서 나온 건지 메뉴 델 디아를 시켜서 나온건지 모르겠다. 

 

 

메뉴판을 줬는데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메뉴 델 디아에서 전식으로 고를 수 있는 거 감으로 하나, 본식으로 고를 수 있는 거 감으로 하나 골랐다. 주문을 하는데 직원이 자꾸 되묻는다. 왜 저래 그냥 주기나 할 것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원이 그렇게까지 자꾸 말을 했던 이유가 있었다.

 

전식으로는 일단 감자(feat. 참치) 샐러드가 나왔다. 여기까지는 그래 맨날 유럽에서 많이 먹던 감자튀김보다는 낫네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식이 나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 안 그래도 유럽여행 장기간 하다 보면 지겹게 나오는 감자인데 본식에 감자튀김이 있었던 것이었다. 아 소고기도 스테이크와 갈비를 같이 먹진 않을 텐데, 하필 삶은 감자 튀긴 감자를 같이 먹어야 하다니!!!

 

단언컨대 내가 인생에서 먹었던 음식 가운데 가장 목이 메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감자튀김은 반을 먹다가 도저히 먹기 힘들어서 남겼다. 

 

 

머리로는 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유럽 가면 그렇게 식후에 다른 음료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시킨 커피는 다행히도 사진으로 잘 담길 수 있도록 나름의 감성을 전해주었다. 메뉴 델 디아에 샹그리아가 포함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헷갈리는데 일단 커피는 확실히 불포함이라 따로 시켰다. 아닌가 반대일지도 모른다. 일단 기록상에는 커피를 따로 시킨 것으로 되어 있다.

 

메뉴 델 디아는 10.5 유로. 그러니까 다른 유럽가면 본식 하나만 나올 값으로 스페인에서는 전식까지 먹을 수 있다. 가게에 따라서 후식이나 커피도 포함된 곳도 있으니 나쁘지 않은 가성비.(인지 가성 감자인지.)

 

외관은 이런데 본래는 타파스 전문 레스토랑이다. 보면 대체적으로 맛은 나쁘지는 않으나 서비스가 개판이다라는 평이 있는데 내가 갔을 때 직원은 친절했다. (이래서 알바를 잘 들여야 한다!)

 

 

위치는 세비야 대성당 바로 코 앞이라 못 찾는 게 더 어려운 위치라 할 수 있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다음에는 세비야 대성당을 둘러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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