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명소 정동진에서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다.

강릉 정동진 일출 사진

노을은 좋아하지만 일출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이 괴롭기도 했다. 또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것조차 진부하고 부질없다 여겼다.

그래서 일출 사진을 찍은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20대 때 여수 향일암에서의 일출이 마지막이었을 만큼 일출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정동진에서 일출을 도전 할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한 자의라기보다는 같이 간 동생 한 명이 일출을 보러 가겠다기에 그럼 나도 한 번 오랜만에 도전해 볼까 하는 약간의 동기부여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 새벽 같이 일어난다는 것은 고된 일이다. 달은 어느새 아득히 멀어져 있었고 완전한 어둠도 완전한 빛도 아닌, 완전히 고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들뜬 것도 아닌 낯선 차분함이 거리에 앉아 있었다.

 

밤늦게까지 해변에서 술 마시던 사람은 다 사라지고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일찍 일어난 몇몇 만이 바닷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일출과 일몰 모두 기다림이다. 이미 해가 떠 올라 있을 것 같은 하늘빛이었지만 수줍은 해는 아직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마냥 서서 기다리는 것은 몸도 피곤 하였기에 명당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이 다리 근처가 괜찮아 보여 자리 잡았다.

 

혼자였으면 지루 했을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일행이 있었기에 사진도 찍고 약간의 수다도 떨면서 기다렸다.

 

모래사장을 사진에 담기 싫으셨는지 아예 바닷가 앞에서 서서 기다리는 분도 있었다. 저마다 원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해가 뜨긴 하는지. 구름이 많아서 혹시 일출은 못보는 것은  아닌지 기대가 우려로 바뀔 무렵 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진부하긴 했지만 무언가 이때 소원을 빌긴 했던 것 같다. 굴곡진 삶이 이제는 평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노을과 일출 사진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해의 위치에 따라 하늘빛이, 그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어느 한 장의 사진만 고르기가 참 힘들다.

 

정동진에서의 일출이 사실 다른 일출 명소보다 크게 빼어난 일출 광경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으로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인 만큼 접근성 측면에서는 여타 일출 명소보다 큰 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일출, 일몰 장소에서 빠질 수 없는 해를 손가락에 담는 사진까지 찍으며 이 날 일출 구경을 마치게 된다. 몸은 피곤 했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5월의 새벽이라 다소 쌀쌀했는데 살짝 얼어붙은 몸도 숙소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니 그래도 부지런을 떨며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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