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론다를 산책하다.

스페인 론다 여행 : 안달루시아 여행의 꽃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변 사람의 강력한 추천, 티비 여행프로나 혹은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들었거나 하는 순간들 말이다. 내게 있어 론다는 스페인 여행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해 준 도시이다. 그 결심은 거창한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그냥 론다 사진 한 장을 보고는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2023년 기준 론다의 인구는 36,909 명이다. 서울 신도림동 인구가 35,734명이니 서울의 동만한 인구가 사는 도시이다.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론다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스페인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론다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좋아한다. 청명한 하늘과 깨끗한 공기, 유럽과 아랍 문명의 만남, 스페인 다른 대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평화로움과 소박함 그렇지만 때로는 강렬함이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녹아 있다.

 

론다 산책의 시작은 자비의 성모 마리아 론다 교회(Church of Our Lady of Mercy Ronda)에서 시작했다. 1585년에 처음 지어진 건물은 유럽의 다른 교회나 성당과 달리 회반죽을 사용하여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알라메다 델 타호(Alameda del Tajo) 공원은 19세기에 조성된 공원으로 오래된 나무와 예쁜 꽃이 어우러져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다. 

 

 

하지만 이 공원이 유명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론다 절벽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특히나 론다의 노을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햇살도 강한 편이지만 안달루시아의 햇살 역시 강력하다. 다만 건조한 기후라 우리나라처럼 찜통더위라기보다는 찜질방의 고온 사우나 같은 느낌이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론다 투우장도 유명한 관광지로 손에 꼽히나 투우라는 것 자체를 별로 안좋아해서 굳이 경기장 내부를 둘러보진 않았다.

 

론다를 단 하나의 사진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절대 빠져선 안될 피사체가 이 누에보 다리이다. 1735년 펠리페 5세에 의해 제안되어 8개월만에 완공을 했으나 그 다리도 순살 다리였는지 붕괴되는 바람에 다시 건축을 해서 새롭게 만든 다리이다. 

론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교통로이지만 첫 번째 다리 붕괴의 여파인지 재건축해서 완공하기까지는 42년이나 소요되었다.

 

그래도 두번째 지을 때에는 튼튼하게 지었는지 아직까지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 오늘날 이 거대한 다리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론다를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론다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론다의 지형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협곡이 생겼는지, 사람들은 왜 많은 땅을 두고 이런 협곡 양쪽으로 살기 시작했는지. 

 

론다를 둘러보다 보면 곳곳에 사진 찍고 싶은 장소가 많다. 마을 지도조차 타일 벽화를 만들어 버리는 세심함. 이런 것들이 모여 론다를 관광명소로 만들었을 것이다.

 

협곡을 기준으로 북쪽이 신시가지 남쪽이 구시가지이다. 확실히 구시가지 쪽으로 넘어오면 신시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낡은 건물이 많이 보인다. 

 

무어왕의 궁전(La Casa del Rey Moro)

무어왕의 궁전은 사실 무어왕과는 전혀 상관없는 건물이라 볼 수 있다. 무어인들이 활동했던 시기보다 훨씬 뒤인 18세기에 프랑스 조경 정원사에 의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무어인의 정원 양식을 차용했다. 내가 방문했던 2016년 당시 입장료는 5유로였지만 지금은 6유로이다. 소요시간은 한 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다른 유럽 국가에서 보던 정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생경한 모습이 이어진다. 무어인들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어인들의 양식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간접체험 정도는 할 수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나름 보는 맛은 있는 정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협곡은 누에보 다리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무어왕의 궁전 전경은 사실 반대편 산책길에서 보면 더 잘 담긴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는 아니나 론다에서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둘러볼 만은 한 곳이다.

 

이곳의 정원은 18세기에 조성되었지만 수광의 역사는 훨씬 거슬러 올라가 14세기에 지어졌다. 론다는 절벽에 위치하여 요새를 통해 방어에는 용이했으나 포위를 당하면 물을 공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수광은 포위 공격을 당했을 때 물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협곡에 있는 본래 균열을 넓혀서 60미터나 아래로 사람들이 내려갈 수 있게 했다. 우리가 평균적으로 아파트 한 층의 층고를 2.3~2.5m 정도로 본다면 아파트 25~26층에 해당하는 높이를 오로지 계단을 통해 물을 길어올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작업을 노예가 담당을 했다. 

 

무어왕의 집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었고 어두침침하고 음산한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을 끝까지 내려가면 이렇게 협곡에서 위를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서 간 것이었는데 별로 멋있지는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올라갈 때는 더 죽음이었다.(......)

 

다시 위로 올라와서 다시 정원을 산책했다. 신시가지 쪽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이 곳 정원에는 공작이 살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괜찮지만 가까이서 보면 은근히 징그러운 구석도 있다. 

 

연못에는 이렇게 금붕어들이 있어 잠시 물멍을 때리기에도 좋다. 

 

무어왕의 집에서 다시 신시가지 쪽으로 갈 때는 누에보 다리를 건너지 않고 비에호 다리를 건넜다. 누에보 다리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오히려 중세시대 느낌은 더 잘 나는 다리였다.

 

신시가지 쪽으로 건너와 협곡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사진 찍기의 연속이었다. 작은 도시지만 찍은 사진은 수도 없이 많은 곳이 스페인의 론다이다.

 

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다시 누에보 다리가 보인다. 보통 관광객들이 많이 찍는 사진은 반대편에서 찍은 것들이 많은데 비에호 다리를 건너와서 산책로를 따라 올라오며 찍으니 시가지 풍경과 더 잘 어우러져 있는 누에보 다리 사진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로는 딱히 크게 한 것 없이 거리 풍경을 둘러보았다. 

호텔이 노을 감상하기에 괜찮다 해서 호텔에 복귀해서 노을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그래서 다음 날에는 아예 알라메다 델 타호로 가서 노을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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