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유여행의 매력, 론다 트래킹으로 만끽하다.

유럽자유여행 이어야지만이 만날 수 있는 론다의 특별한 트래킹 코스

원래는 나도 남들이 하던 대로 하려 했다. 론다 절벽 아래를 내려가면서 뷰포인트가 세 곳 정도가 있어서 힘들면 첫 번째 포인트까지만 다녀오고 여유가 되면 두 번째 세 번째까지 보고 와라. 많은 글과 영상에서 거의 공식화되어 있다시피 한 특별할 것 없는 비법 공유처럼 말이다.

 

뜻하지 않게 동행하던 내 친구가 한국에 먼저 귀국을 했고 그래서 생각지도 않게 1박을 하려던 론다를 2박을 하게 되었고 온전히 하루가 주어지는 둘째날에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숙소에서 궁리를 하다가 절벽 아래 풍경을 보면서 결심했다.

 

"그래, 이건 어쩌면 평생 오지 않을 기회이다."

 

론다 절벽 아래를 완전히 일주하는 그런 트래킹을 하는 정보는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길은 이어져 있었고 이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당연히 저편으로 올라오는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눈으로 봐도 그렇게 보이고 지도에도 길은 이어져 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유럽자유여행의 장점은 이런 것이다. 꼭 계획한대로 하지 않더라도, 꼭 계획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뭔가 하고 싶다 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 마침 날도 너무 화창했다. 

흔히 론다 뷰포인트를 보러 내려 가는 길, 또 내가 갔던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은 구시가지에 있다. 위 사진에서 원 표시를 해둔 지점이 출발점인데 신시가지에서는 누에보 다리를 건너가야 하므로 다리를 건널 때 보면 어렵지 않게 출발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한 도시도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감으로 위치를 찾으면 이런 공원이 보일 것이다. 이 곳이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이다.

 

트래킹 코스를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풍경은 끝장 난다. 굳이 내려가야 되나 싶을 정도로 이미 만족스럽지만 기왕 마음먹은 거 끝까지 해보자 마음먹었다.

 

조금 내려왔을 뿐이지만 풍경은 달라지고 있었다. 이쪽 길은 그래도 좋은 게 오전에 출발하면 그늘도 있고 해서 경사에 비해 생각보다 갈만하다. 

 

조금만 걸어 내려가다 보면 흔히들 첫 번째 뷰포인트라고 말하는 곳이 나온다. 미리 알아볼 필요도 없다. 걷다 보면 사람들이 몰려 있고 내 눈으로 보기에도 절벽과 누에보 다리, 건물이 장엄하게 다가오는 곳이 있다.

 

첫 번째 뷰포인트를 지나면 사람이 별로 없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편안히 걸어 내려가면 된다. 

 

그러면 부서진 성벽 같은 게 보이는데 이 근처가  두 번째 뷰포인트다

 

두 번째 뷰포인트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아치형 문이 있는 건물의 부서진 잔해가 보이는데 그 곳이 마지막 뷰포인트다

(사진상 두번째 뷰포인트->내려가면서 풍경->세 번째 뷰포인트)

이쯤 내려오면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혼자서도 사진 찍고 놀기에 좋다. 확실히 아래쪽에서 보는 게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준다. 체력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여기까지 내려오시는 걸 추천드린다.

그야말로 총 천역색이 동원된 곳. 푸른 하늘 붉은 절벽 초록 나무까지. 거기에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위대함도 함께 담긴 곳. 론다 트래킹은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세 번째 뷰포인트를 지나 오니 이젠 정말 사람이 거의 안 보인다. 뒤돌아 온 길을 보니 앞의 장엄한 풍경과는 다른 편안한 풍경이 다가선다. 

 

이후로는 한 없이 목가적인 풍경이 주를 이룬다. 어디선가 종소리 같은 게 들려와서 가보니 말이 있었다. 다 큰 말은 몇 번 보았지만 망아지를 본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트래킹 코스가 표시된 걸 보니 이곳이 정식 트래킹 코스가 맞긴 한가 보다. 

 

그냥 길을 가자니 뭔가 심심해 조금 더 빨리 질러가보고 싶어 하천 쪽을 통과해보기로 한다. 

 

뭔가 길을 잘못 들어 길이 없어지고 하천을 건너 다녀야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에게 시간은 많았고 땡볕을 피해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천에서 올라와 다시 길로 접하니 유채꽃이 아름답게 펴 있었다. 원래 가려던 길로 갔으면 못 봤을 풍경. 여행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남들이 보지 못한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덧 아까 멀리만 보였던 거대한 절벽이 뒤편으로 넘어 가 있었다. 누에보 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이런 풍경은 스위스가 제일 예쁘긴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론다도 스위스 못지않았다. 

 

이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이때부터는 조금 지루해졌다. 풍경도 다소 삭막했고 특히나 더위를 피할 그늘이 없었다.

 

론다까지 3.1km, 30분 거리.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올라갈 때는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올라오니 다시 한번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그래 세상은 고생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누에보 다리 쪽만큼 멋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이 반대쪽 풍경도 나쁘지 않다.

 

올라가다 보면 갑작스럽게 이렇게 숲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숲에 비하면 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오면서 파노라마 사진을 한 번도 안 찍어서 찍어 보았다. 찍는 순간에 벌써 지나온 길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이후로 다시 론다에 진입하기까지는 다소 또 지루한 풍경이 이어진다. 확실히 반대쪽 코스는 뷰포인트 쪽 코스보다는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절벽 쪽만 다가 서면 어김없이 멋진 모습이다. 이리 보니 참 먼 길을 돌아왔구나 싶다.

 

론다 시내가 보이니 괜스레 반가웠다. 이때쯤이면 체력적으로 힘들고 발도 아파서 빨리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는데 호텔 까지는 또다시 다소 걸어야만 했다.

이 날 얼마나 걸었나 구글로 알아보려 했는데 동선이 정확히 찍히는 것도 아니어서 몇 km 정도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요시간은 대략 네 시간 정도 걸렸다. 걸음이 느린 분은 다섯 시간 정도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트래킹 코스에 그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너무 더운 날에는 추천드리지 않는다. 절벽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올라오기까지 음수대나 화장실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마실 물도 챙겨가야 하고 가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내려갈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첫 번째 뷰포인트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나 체력이  썩 좋지 않은 분들은 절벽 아래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방법을 시간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자신 있는 분들은 절벽 아래 일주 코스에 도전해 보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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