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 노을과 누에보 다리가 선사하는 멋진 야경

론다는 해가 저무는 순간에도, 해가 진 후에도 강렬하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산책을 나왔다. 첫날 호텔에서 봤던 노을은 뭔가 아쉬웠기 때문에 둘째 날에는 뷰포인트에서 노을을 감상하기로 했다.

 

론다 노을 뷰포인트 : 알라메다 델 타호(Alameda del Tajo) 공원

첫째날 도착하자마자 둘러보았던 알라메다 델 타호 공원은 론다의 대표적인 노을 감상지이다. 절벽 밑으로 펼쳐진 초원과 산 너머로 지는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근데 노을은 확실히 바다가 있어야 더 멋있다. 첫날 호텔에서 봤던 노을 보다야 좋았지만 우리나라에 노을 명소가 훨씬 더 강렬하다.

 

노을 자체로는 그냥 그렇지만 절벽 풍경을 보면 또 느낌이 달라진다. 

 

론다의 노을은 강렬하기 보다는 은은한 편이다. 벤치에 앉아서 책 한 번 들여보고 노을 한 번 쳐다보고 하는 여성분이 이곳 주민이라면 참 부러운 삶을 가졌다 싶었다. 물론 그녀라고 인생의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유럽의 많은 곳을 가봤지만 론다 만큼 이국적인 도시는 아직 못 봤다. 이곳 풍경은 유럽에서도 독특함이 살아 있다. 

 

어느덧 해는 서산 너머로 사라졌고 하늘에 그 여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해가 넘어가자 절벽 아래 집에서도 불을 켜기 시작했다. 낮에 내가 길을 잘 못 들어 저 실개천을 무작정 걸어갔었다. 눈앞에 다가섰던 순간들이 어느덧 위에서 내려다보는 순간이 된 것이다.

 

빛이 풍부해 야경 찍기 좋은 도시 론다

유럽에서 야경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도시 자체가 어두운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론다는 확실히 야경 찍기에 좋은 도시다. 도시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황색 조명을 유달리 흰 건물이 많아 온전히 그 빛을 담아낸다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누에보 다리 야경은 가장 강렬하다. 이 누에보 다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론다를 갈 이유가 된다. 낮에도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누에보 다리지만 밤에는 더욱 화려하게 다가온다.

 

이곳에 와서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낮에 트래킹 했던 뷰포인트로 내려가 누에보다리 사진과 별 사진을 찍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는 와중에도 멋있다. 다른 유럽 도시에는 담기 힘든 풍경이 론다에는 있다.

 

구시가지로 넘어오니 사람이 부쩍 줄었다. 낮에는 트래킹 하러 내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밤에는 굳이 트래킹 코스를 갈 사람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나는 미친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굳이 트래킹 코스로 내려가지는 않더라도 이 공원까지는 와도 괜찮을 듯하다. 좀 더 신시가지 쪽 야경을 보다 넓은 화각으로 담을 수 있다. 

 

막상 트래킹 코스 쪽으로 내려가자니 무서웠다. 입구 초입까지는 그래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좀 있었는데 어느 정도 내려가자 사람이 진짜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난 이 지역에 곰이 무서운 야생동물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상기했고 처음에는 아무도 없어서 무서웠다가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사람이 나타날까 봐 무서웠다. 

 

그런 공포를 감수하고 찍은 사진. 멋있긴 하지만 이 사진 찍자고 굳이 어두운 길을 걸어왔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시간이 더 흐르자 온전히 사진 찍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론다의 밤하늘을 담아보려 부단히 애를 썼는데 좋은 사진 찍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한국에서 별 사진 찍는 법이라도 연습하고 갈걸......

 

그렇게 한참이나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별사진을 찍기 위해 애를 쓰다 그나마 이 사진 하나 건지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목적을 다 이루고 나자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쓸쓸했다. 첫째 날과 달리 둘째 날은 진짜 가격 싼 것만 보고 예약한 호텔이라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다시 누에보 다리 야경을 만났다. 그래도 이곳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제법 있었고 한국인 관광객도 몇 분 있어서 조금은 쓸쓸함이 사라졌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 오니 떠나가는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지만 어쩐지 론다에서의 일정은 다 마무리된 것 같아 아쉬움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누에보 다리가 전부인 도시라고. 잠깐 둘러보면 충분한 도시라 말했지만 나는 여건만 되면 이곳에서 한 달 살이를 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붐볐을 식당가도 늦은 저녁이 되니 한산해졌다.

 

문득 안을 들여다본 가게에서 사람들은 축구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맞다. 여기 스페인이었지. 집안일이 갑자기 생겨 한국으로 돌아간 축구를 좋아한 친구가 있었다면 이 가게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고 더군다나 혼자였던 까닭에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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