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그라츠 여행 : 슐로스베르크반/쿤스트하우스/무어섬

 

 

 

빈(비엔나)에서 당일치기 가능한 그라츠 여행기


그라츠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은 아니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제2의 도시로 오스트리아 내에선 규모가 큰 도시이다. 그러나 인구규모가 30만도 안되는 정도로 오스트리아에서는 비엔나를 제외하고는 아주 대도시는 없다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비엔나에서 고속열차인 레일젯을 타고 그라츠까지는 2시간 반이 소요된다. 왕복 5시간으로 이동시간이 짧진 않지만 당일치기를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그라츠 자체가 크게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므로 아침에 조금 서두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슐로스베르크반

 

 

 

 

그라츠의 가장 명물을 꼽으라면 시계탑이 있는 슐로스베르크산을 들 수 있다. 이곳은 그라츠 시내를 조망할 수 있어서 그라츠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들리는 코스이다.

 

 

산이라 해서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동네 뒷산 정도의 느낌인데 그마저도 등산열차인 슐로스베르크반이 다녀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왕복으로 이용하는 경우보다는 편도로 정상까지 올라간 뒤 그라츠 시내를 천천히 조망하며 걸어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슐로스베르크산의 공원


 

 

 

슐로스베르크반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멋진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탁트인 시야로 그라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장점. 그라츠의 또 다른 명물 쿤스트하우스라던지 무어섬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곳을 오르니 다시 한번 오스트리아의 봄은 꽃이 만개해 찬란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인공적으로 가꾼것이 조화를 이루며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에 걷기 어렵지도 않고 걸어갈 때마다 변하는 그라츠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흐뭇해진다. 최근들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오스트리아의 다른 도시에 비해선 덜 알려진 편인데 그저 오스트리아가 왠지 느낌이 좋아 남들이 잘 안가는 도시를 찾다 보니 이 곳이 눈에 들어왔다. 왕복 5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고 왔는데 정말 멋진 결정이었다.

 

이곳을 전혀 몰랐다면 모를까 보게 된 이상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슐로스베르크산에는 몇가지 유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것을 찾으라 하면 단연 시계탑을 꼽을 수 있다. 높이 솟아있거나 그러진 않지만 균형미와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건축물로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인증샷을 남긴다.

 

 

그라츠는 비엔나와 달리 붉은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중세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는데 직접 보니 그 이유를 알듯 하였다. 슐로스베르크에서 걸어 내려오길 추천하는 이유는 고도에 따라 이 지붕의 형태가 다른 입체감으로 다가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빨간색 지붕은 흡사 어렸을 때 했던 파랜드 택틱스2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더 정겹게 다가왔다.(게임을 해본 분이라면 고양이와 전투를 하던 지붕이라면 기억 나실 것이다.)

 

 

쿤스트하우스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그라츠에 생뚱 맞게 정말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이 있다. 전편 비엔나에서도 쿤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이 건물의 이름도 쿤스트하우스. 쿤스트하우스는 미술관을 뜻하기 때문에 독일어권 국가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명칭이다.

 

그라츠가 2003년에 유럽문화의 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 미술관은 설계안이 공개 되었을 때 많은 시민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외계인 같기도 하고 해삼 같이 생기기도 한 이 건축물이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중세도시의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분명 너무 튀는 감은 있어 시민들의 의견도 타당했지만 이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그라츠의 대표적 관광지로 떠오르며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좀 독특하긴 하지만 디자인적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되었는데 아마 나만 그렇게 생각했떤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라츠 구시가지 투어. 대성당


 

 

이 당시 그라츠 여행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한 투어맵을 보며 괜찮아 보이는 곳 위주로 구경을 했다. 그라츠가 비엔나나 잘츠부르크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외로 볼 거리가 제법 있었는데 무엇보다 시가지도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어느 도시나 성당이나 교회가 있듯이 그라츠에도 성당이 있었는데 다른 유럽도시에 비해선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날 날씨가 워낙 무더웠는데 더울 때에 성당만한 곳이 없다. 잠시 더위를 피하기도 좋고 나름 경건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호김에 따라 나섰더니 또다른 멋진 풍경의 공원까지 발견했다. 여행의 묘미는 유명한 곳을 찾을 때에도 나타나지만 가끔 즉흥적으로 길을 나섰는데 생각 외로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에도 나타난다.

 

 

 

무어섬 카페에서 독특한 커피 마리아 테레지아를 마셔보다


 

 

쿤스트하우스 말고도 그라츠에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는데 무어강에 인공적으로 조성함 인공섬 무어섬이다. 여행 정보를 찾다가 사실 이곳이 어떨까 너무 궁금해서 그라츠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이 인공섬에는 심지어 카페까지 있다.(한강다리에 카페를 만든것도 이런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새빛둥둥섬도 그렇고.)

 

 

이 카페에서 커피 이름 중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 있어서 마셔보았는데 바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통치자이자 오스트리아인들이 사랑하는 마리아 테레지아이다. 여왕의 이름을 딴 커피라니!(이를테면 선덕여왕커피~ 이런 느낌이랄까?)

 

그 맛이 너무 궁금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아인슈페너 같이 커피에 휘핑크림을 잔뜩 얹은 것 까지는 좋았으나 이 커피 안에는 오렌지 리큐르가 다량 들어 있다. 그래서 커피를 먹는데 오렌지 향이 장난 아니게 난다. 단언컨대 지금까지도 내가 먹었던 커피 중에서 제일 별로 였다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걸 들으면 과연 어떤 맛이길래 그래라고 궁금증을 가질 사람들이 있을것 같다. 한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

 

 

 

YOU MAKE PLANS, WE MAKE HISTORY


 

 

짧았던 그라츠 여행을 마칠 때쯤 누가 써놓은 낙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너는 계획을 짜지만 우리는 역사를 만든다.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전통을 잘 보존도 하지만 때로는 과감히 거스를줄도 알고 현대적으로 재해석 할 줄 아는 그라츠 시민이기에 할 수 있는말 아닐까?

 

 

지나 오면서 보니 탈 때는 몰랐던 슐로스베르크반이 저렇게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짧았던 일정이었고 아주 강렬한 기억까지는 아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라츠. 비엔나는 이미 4년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곳을 다시 찾게 될 날이 있을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무나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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