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카야마 여행 : 기비쓰신사(기비츠)와 모모타로센

 

 

기비(모모타로)센을 타고 기비쓰로


 

 

오카야마시를 여행할 때 심심하다면 바닥을 보고 있어도 괜찮다. 맨홀 뚜껑 마다 요렇게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 아점을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오카야마역. 이유는 기비쓰 신사를 가기 위해서다.

 

 

 

오카야마역은  신칸센을 비롯 각종 열차들이 오가는 규모도 크고 번잡한 역이다. 본래는 이 날 오카야마 시내를  둘러보고 다음날 기비쓰와 구라시키를 볼 생각이었는데 도착하는 날이 화창하고  둘째날은 비 예보가 있어서 순서를 바꿔 이 날 먼저 외곽지역을 먼저 돌았다.

 

기비쓰는 오카야마역에서 기비선을 타고 4정거장 정도에 위치해있다.(빨간네모박스. 파란네모박스는 구라시키) 2018년 4월 기준으로  편도 210엔. 4정거장 밖에 안가는데도 우리나라 대중교통에 비해 교통비는 굉장히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식명칭은 기비센이지만 애칭으로 모모타로센으로도 불린다. 모모타로라는 것은 일본 전설속 인물인데 대략 강에서 떠내려온 복숭아를 할머니가 먹었더니 젊어졌고 그걸 보고 신기하게 여겨 할아버지에게도 먹였더니 할아버지도 회춘! 그래서 회춘한 기념으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었더니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 이름을 복숭아를 뜻하는 모모, 장남을 뜻하는 타로를 합쳐 짓게 되었다 한다. 모모타로는 커서 귀신섬에 귀신이  사람을  괴롭힌다는 소문을 듣고 귀신 퇴치를 위해 여행을 떠나 결국 퇴치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 모모타로의 모델이 되는 인물이 기비쓰히코노미코도라는 인물인데 이 인물을 모시는 사당이 바로 기비쓰 신사이다. 오카야마는 모모타로 관련 설화가 많은 곳인데 그래서 노선명도 본 명칭외에 모모타로센이라 따로 별칭을 지어줄 정도이다.

 

 

운 좋으면  모모타로 관련 캐릭터가 랩핑된 열차를 만날수도 있다는데 우리는 일반열차였다. 다만 복숭아 색과 비슷한 색으로 노선색을 정한듯 했다. 열차는 전기가 아닌 디젤동차로 협궤인데다 2량밖에 되지 않아 아담한 편이다.

 

 

이 곳에는 그리고 특이하게 키가 낮은 자판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게 아닐까 생각은 들었는데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다.

 

 

오카야마역에서 기비쓰역까지는 17분 정도가 소요된다. 아침일찍부터 움직여 피곤했었는데 잠깐 눈을 붙이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번잡한 오카야마역과는 달리 기비쓰역은 시골의 한적한 간이정거장 같은 느낌이다.

 

 

시골마을 같아 걷기 좋은 기비쓰

 

 

 

기비쓰의 인상은 한적함이었다. 나른한 오후에 노곤한 햇살 같은 느낌으로 불어 오는 바람마저 산뜻했다. 기비쓰역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역 건물마저 소박했다.

 

 

기비쓰신사로 가는 길도 시골길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4월 둘째주였는데 이미 벚꽃은 거의 끝물이었지만 그래도 봄인지라 만개한 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냥 시골길이면 가는 길이 심심할텐데 그래도 나름의 소소한 볼거리 들이 조금씩은 있어서 덜 지루하다.

 

 

거대한 도리이도 보이고 작은 홍교도 지나다 보면 기비쓰 신사에 다다르게 된다.

 

 

거대한 회랑으로 유명한 기비쓰 신사


 

기비쓰신사 초입에는 몸을 정화하는 장소인 조즈야가 있다. 손을 씻고 입을 헹군다는데 다만 바가지에 직접 입이 닿게 되면 안된다고. 또한 마시는 물이 아니다. 뭐 신사를 참배하는 나름의 예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인 우리가 그것을 다 지킬 필요도 없으니 적당히 손만 씻어도 무방할 듯 하다.

 

 

 

기비쓰 신사는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전에 교토 아라시야마에서 봤던 신사를 규모가 작았는데 이 곳 신사는 규모가 제법 큰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단청이 있어 색감이 화려한데 비해 일본 신사나 사찰은 날것의 목재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경향이 강한듯 하다.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나름의 중후한 멋은 든다.

 

 

또한 건물 자체는 소박하지만 정원을 잘 꾸미는 경향도 강하다. 우리에게도 우리 나름의 멋이 있듯이 비슷한듯 하면서도 또 다른 일본 나름의 멋은 있다.

 

 

기비쓰 신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400m가 넘는다는 거대한 회랑일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 만큼의 느낌이 안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규모만큼은 확실히 인상 깊긴 하다.

 

 

회랑 자체보다 회랑에서 바라본 풍경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비쓰 신사 건너편에는 작은신사와 불교사찰이 자리 잡고 있는데 오히려 기비쓰 신사보다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래도 회랑 특유의 느낌 때문에 친구들과 사진 찍으며 놀기엔 좋았다. 얼굴 몰아주기를 하며 웃고 떠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비쓰 신사는 확실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깨비 같은 조각상도 있고, 조경도 잘 되어 있는 편. 문득 화장실에 갔다가 코를 찌를 듯한 냄새에 한번 놀라고, 손을 씻으려다 누군가의 정성으로 놓인 아름다운 꽃을 보고도 놀랐다. 오카야마를 온다면 기비쓰에는 반드시 들러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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