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패키지 : 크로아티아 셀체(SELCE) 산책 / 호텔 마리나 셀체

국경을 지나 아름다운 크로아티아 해안도로를 달리다.

유럽에 제법 많은 국가를 다녔었지만 국경을 넘는다는 느낌은 별로 든적이 없었다. 보통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라 별도의 검문소를 두지 않기 때문인데 슬로베니아에서 크로아티아를 넘어 갈 때에는 국경 검문소가 있어서 특이했다. 어차피 단체 관광버스라 특별히 까다로운 절차 같은 것은 없었지만 괜시리 긴장 되는 순간이었다.

 

국경을 조금 지나서 휴게소에 들렸다. 간단히 요기도 하고 과자도 사고. 그러고 보니 2019년 동유럽 패키지 여행에서 호수는 많이 봤지만 바다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2016년에는 아드리아해 반대편에 위치한 베니스에서 보았는데 이제는 크로아티아에서 아드리아 해를 바라본다. 크로아티아 해안 마을들은 거의다 예쁘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워서 영상을 몇 개 찍었는데 그 중 두개를 올려본다.

 

 

 


호텔 마리나 셀체 (HOTEL MARINA SELCE)

이 날 머물게 된 숙소는 크로아티아 북부의 작은 해안마을 셀체에 있는 호텔 마리나 셀체. 본래 리예카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바뀌었다. 나름 그래도 리예카 밤 산책 할 생각에 괜찮다 했었는데 출발할 때 보니 다른 호텔로 바뀌어 있어서 실망을 했는데 막상 머물렀을 때 너무 좋았던 곳이다.

 

룸도 제법 넓었고 시설들도 그럭저럭 만족. 유럽 호텔에선 너무 좋은걸 안바리니 기대치도 낮다. 

 

이 날 저녁도 다음날 조식도 호텔에서 먹게 되었는데 종류는 많지만 맛있다고 할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차라리 간단히 먹은 조식이 더 나은 느낌.

 

그래도 이 호텔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인상적이다. 유럽여행 날짜로 따지면 거의 70일 정도는 다녔는데 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본 적이 많지가 않다. 

 

신비스런 하늘 색감에 달이 걸려 있다. 호텔 식사는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풍경에 취해 기분이 좋아졌다.

 


셀체 밤 산책, 아침 산책

 

여행이 끝나가고 있는데 대형슈퍼를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숙소 주변에 슈퍼마켓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는데 딱 한군데 있던게 이 곳 셀체였다.  구글맵에서는 영업시간이 9시까지라 되어 있었고 이 날 도착이 늦어 저녁을 먹고 나니 거의 9시라 쇼핑은 포기. 대신 아침 7시부터 영업하니 아침에 일찍 갈 때 길이나 헤매지 말자며 미리 가보기로 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파 슈퍼 체인이었는데 도착하니 엄마가 왠지 영업하는 거 같다며 가보자 하는걸 영업 끝났다고 더 가지 말자 했는데 왠걸 엄마 말대로 가보니 진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실제 영업시간이 10시까지였던 것.

 

그래서 갑자기 흥분해서 막 쇼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집에서 먹을 것,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 드릴 것까지 한번에 해결. 이날 밤은 캐리어에 짐 정리 하느라 고생 좀 했다.

 

짐정리를 마치고 셀체 밤 산책을 나섰다. 워낙 힘든 일정이라 어머니도 많이 지치신 상태였지만 아드리아해까지 와서 밤바다도 안보고 가긴 아쉽지 않은가? 

 

셀체는 검색해보면 여행기도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유명하지도 않고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북적거리지 않아 대화를 나누며 걷기 좋은 곳.

 

그리고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휴양지 같은 곳이라 그런지 밤 산책을 다니는 사람도 어느 정도 있어서 다니기 무섭지는 않다.

 

크로아티아는 특이하게 본토 앞 바다에 방파제 같은 섬이 꽤나 많다. 그렇기에 해안도로를 달리면서도 탁 트인 바다 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섬이 있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게 된다.

 

셀체 자체도 예쁘지만 건너편 섬의 불빛 또한 아름답다. 마치 바다 저편에 작은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 아득한 조명까지 사랑스러운 곳이다.

 

 

밤바다를 걷고 있는데 유람선이 지나간다. 제법 시끌벅적 했다. 영상에 담지 못했지만 조금 지나니 배에서 "호텔 캘리포니아"가 들려 왔다. 그러고 보니 유럽여행을 오면서 인상 깊게 남은 노래가 꼭 있다. 2012년에는 인스부르크 길거리에서 듣던 음악회가, 2016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듣던 왓 어 필링이 그리고 2019년 유럽 여행에서는 호텔 캘리포니아가. 

 

이 사진을 찍을 때도 노랫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으니 숙소에 있었어도 들렸겠지 싶다.

 

달빛이 유난히도 밝던 밤. 아드리아해에 달로 향하는 길이라도 난 듯 바다에 달빛을 머금은 빛이 반사되었다. 

 

조식을 먹고 그냥 가기 아쉬워서 다시 한번 잠깐의 산책을 나섰다. 저편의 섬 때문에 얼핏 보면 바다가 아니라 호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밤 산책과는 또 다른 느낌.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를 걷는 것은 늘상 기분 좋은 일이다.

 

세상 깨끗하던 물. 여행의 막바지에 만난 바다는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물이 워낙 깨끗해서 이 곳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도 관찰할수가 있다. 셀체는 특별히 볼게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여행에서 만난 작은 선물과도 같은 곳이었다. 아마 이 지역을 웬만해선 다시 방문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내게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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