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피사공항으로, 다시 시내로 가서 본 피사의 사탑

피사의 사탑 밖에 볼 게 없다지만, 그래서 가봐야 하는 곳

베네치아, 피렌체, 친퀘테레에 이어 이탈리아 마지막 일정이 된 곳은 피사이다.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 있는 곳. 하지만 피사의 사탑 밖에 볼 게 없다는 소리는 이미 수많은 여행자들이 많이 했던 소리 중 하나일 것이다. 

 

급하게 한국에 돌아가야 했던 쿠

 

본래 대로라면 피사를 당일치기로 둘러본 후 쿠가 제일 가고 싶어 했던 나라 스페인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쿠는 스페인을 목전에 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버님이 위중하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전날 친퀘테레를 다녀온 후 피렌체 숙소에서 갑자기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해서 쿠도 경황이 없었겠지만 나도 많이 당황을 했다. 쿠는 많이 아쉬웠는지 피렌체 두오모를 한번 더 보고 싶다 해서 전 날 저녁 두오모만 한번 더 다녀왔고 그 이후로는 각자 짐도 싸고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피렌체에서 피사공항은 공항버스가 편하다

그래서 본래 일정과 다르게 이 날은 우선 피사 공항으로 가서 쿠를 배웅하고 공항에 짐 맡기는 게 가능하다 해서 공항에서 짐을 맡기고 피사 시내를 다녀오려 했다. 피렌체에서 피사 공항을 기차로 가려면 어차피 피사에 가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그냥 처음부터 공항버스를 타는 게 편하다.

 

피사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산타마리아 노벨라역 앞에서 탈 수 있다.

 

이때 당시 요금은 6유로. 환승해야 하고 더 비싼 기차를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쿠의 2016년 유럽여행은 이탈리아에서 마무리를 짓게 된다. 다행히 지금은 아버님도 회복하셨고 쿠도 작년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이때 스페인 못 간 한을 풀게 된다. 

 

만만치 않은 피사공항 짐 맡기기

피사 공항에도 분명 짐을 맡길 수 있는 장소는 있다. 인포메이션에서 짐 맡기는 것을 신청할 수 있는데 느릿느릿 처리를 해준다. 요청하면 뭔 종이를 주면서 기다리라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한참을 기다렸다. 나중에 다른 여직원이 와서 인솔했다. 

 

가방 X레이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걸 공항 안쪽까지 들어가서 하고 나온다.(......) 정말 이탈리아스럽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고로 피사 공항에 짐을 맡기는 것은 그다지 추천을 안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버스 타고 다시 피사 시내로

우여곡절 끝에 짐을 맡기고 다시 피사 시내로 가야 했다. 갑자기 일정이 바뀐 탓에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도 몰랐다. 버스 노선표가 있었는데 현지 버스 노선은 죄다 이탈리아어로 적혀 있어서 시내로 가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그러다 공항버스를 발견했다. 

 

피사 공항에서 피사역까지 운행하는 LAM 버스를 탔는데 요금은 2유로로 거리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피사역 광장 쪽에 내려주는게 아니라 뒤쪽편으로 내려 준다.

아 이거 예쁜 것도 아니고 안 예쁜 것도 아니고

피사역에 도착했을 때 피사 느낌은 '생각보다는 괜찮은 거 같은데?'였다. 건물도 지금까지 본 다른 이탈리아 도시에 비하면 깔끔했다. 그래서 피사에 대한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뭔가 특색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많이 본 이탈리아 골목이 무의미하게 계속 펼쳐지는 느낌이라 할까? 피사 시가지에서 무언가 도시의 인상을 결정지어줄 특징적인 건물이 부족한 듯 보였다.

 

대략 이런 느낌?

그냥 무던한 느낌의 피사, 그 이미지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이 아르노강을 건너갈 때였다. 이전에 피렌체에서 아르노 강을 건널 때는 베키오 다리라는 멋진 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피사는 그런 것이 없다. 아니 베키오 다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유럽처럼 다리에 조각상도 있고 이러면 색다른 맛이 있을 텐데 피사는 다리마저 그냥 깔끔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피사 거리를 걷는 것이 좋았지만 이내 곧 지루해졌다. 하지만 피사역에서 피사의 사탑까지는 제법 걸어야 했기 때문에 은근히 고욕이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피사의 사탑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지루함이 절정에 달할 때쯤에 눈 앞에 드디어 이 도시에 온 유일한 이유가 펼쳐졌다. 정말 딱 봐도 눈에 띄게 기울어져 있는 건물. 피사의 사탑에 다가갈수록 점점 많은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건물이 마냥 확 기울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보는 곳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져 어떤 곳은 거의 안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건물 자체만으로 보면 우아하게 예쁘다. 하지만 안 기울어져 있었다면 오늘만큼의 명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건 또 아니었을 것 같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한 때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우려고 노력을 했는데 탑이 본래 자리를 찾으면 찾을수록 관광객이 줄어들게 되어 현재는 복원을 중지한 상태이다. 지금은 약 5.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피사의 사탑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로는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자유낙하 실험이 있다. 가벼운 공과 무거운 공을 피사의 사탑에서 던져 둘 다 똑같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는 질량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실험은 네덜란드 사람인 사이먼 스테빈이 자기 집 2층에서 했던 실험이고 갈릴레이의 제자 비비아니가 스승의 업적을 미화하기 위해 스테빈의 실험 내용을 차용해 조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로는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자유낙하 실험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고 그 실험을 목격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한다. 

 

피사의 사탑이 있는 곳에는 사탑뿐만 아니라 두오모와 세례당도 있는데 두 건축물 모두 아름다웠다. 다만 내가 가고 있을 때는 두 건물 모두 보수 공사 중이었다. 

 

본래 피사의 사탑에 가면 기울어져 있는 특성을 활용해 재미난 사진을 많이 찍는데 이 날 난 혼자이기도 했고 기분이 뭔가 우울했었기 때문에 피사의 사탑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피사의 사탑 서쪽 편으로 나오면 이렇게 작은 시장 같은 상점가가 있다. 딱히 살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니 피사에서 기념품으로 산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곳에는 맥도날드가 있어서 스페인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정말 맛은 별로 없었던...... 아무튼 이 일정을 끝으로 다시 피사 공항으로 넘어가 스페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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