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가을의 끝에서

가을, 겨울. 계절의 경계에서 만나 본 인천대공원

 

4년 만에 새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를 사고 나니 출사를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의무적으로 들었다. 예쁜 가을 사진을 담기 위해 11월 7일에 출사를 나가려 했지만 어머니께서 친구가 배추와 파, 무 등을 주었다며 갑작스레 소규모 김장을 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함께 참여하게 되어 며칠이 지나고 말았다.

 

11월 11일 휴가를 내었지만 8일, 9일, 10일 이 사흘만에 비가 오고 기온이 급강하며 어느새 가을보다는 겨울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날씨가 되어버렸다. 출사 의욕도 확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을 느낌을 담아낼 수는 있겠다 싶어 멀리 나가지 않고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인천 2호선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리면 인천대공원 남문으로 입장하게 된다. 남문 근처에는 어린이 동물원이 있는데 전에 찾았을 때는 코로나로 열지 않았다가 지금은 위드 코로나라 그런지 개방을 해두었다. 

 

특색 있는 동물이 많은 편도 아니고 규모도 작지만 잠시 둘러보기엔 충분하다. 다만 대부분 철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 사진을 담기엔 썩 좋진 않다. 

 

확실히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동물들의 움직임이 썩 활발하진 않았다. 

 

곤히 자고 있는 모습도 너무 귀여운 사막여우.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캥거루도 있었는데 캥거루가 너무 귀엽다며 신이 나서 보는 아이와 갇혀서 사는 동물들이 너무 가여워서 동물원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이 대비되어 다가왔다. 

 

열심히 뇸뇸하고 있는 귀여운 기니피그들.

 

짧은 동물원 관람을 마치고 여유롭게 인천대공원을 거닐었다. 인천대공원은 자전거나 커플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는데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커플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 쪽 표정이 좋은 커플은 한 명도 못 봤다. 

 

잎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가 대부분이었지만 더러 아직도 단풍이 남아 있는 나무가 몇 있었다. 단풍이 별로 안남은 것이 문제기 보단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풍경사진을 찍는 탓에 뭔가 어색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이 날 들고간 렌즈도 사실 풍경용으로 적합한 렌즈는 아니었다. 후지 X-T30 mark2와 XF35mm f2를 들고나갔는데 XF35mm f2 렌즈는 작년 겨울에 샀으나 실사용 횟수가 매우 적었고 특히나 풍경을 광각으로 담는 걸 좋아하는 내겐 뭔가 환산 53mm는 너무 답답한 화각이었다.

 

결국 이날은 새 카메라에도 적응해야 했고 익숙치 않은 화각에도 적응하느라 사진이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나마 느낌이라도 좀 사는 것은 전적으로 X-30 mark2의 필름 시뮬레이션 중 하나인 클래식 네거티브의 힘인 듯하다.(동물원 사진 제외 전부 클래식 네거티브 적용)

 

이 날엔 그래도 아직 은행나무가 건재하고 있었다. 노란색과 짙은 녹색의 대비가 마음에 들어서 찍어 봤다.

 

꼭 단풍나무나 은행 나무가 아니더라도 늦가을 느낌을 이렇게 낼 수 있어 좋았다.

 

 

걷다가 너무 가을 느낌 나는 좋은 길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으려니 바닥에 누가 라바를 끼얹어놨......

 

가뜩이나 좁은 화각에 제약을 받는데 라바를 피해서 찍으려니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아직 산 중턱에는 낙엽이 다 지지 않아서 비교적 예쁜 색감을 보여주었다.

 

인천대공원에는 커다란 호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은 편이다. 다만 송전탑과 고압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기에는 살짝 아쉽다.

 

아니 이제 겨울인데 매화가 왜 피니?

사진으로는 그래도 좀 따스한 색감이지만 해가 기울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체감이 되었다. 오래간만에 사진 찍느라 손이 시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남문 쪽으로 갈까 생각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정문 쪽으로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낮달이 걸려 있던 날

이렇게 인천대공원에서 2021년 가을을 떠나보내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코로나 제발 잠잠해져서 올해보다는 훨씬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길 소망해본다. 2022년에는 제대로 된 단풍 사진을 남길 수 있기를!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