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패키지 : 프라하 성에서 내려와 카를교를 걷다.
- 해외여행/19 동유럽여행
- 2019. 6. 21.
프라하 성에서 내려와 카를교까지 걷기.
소소하게 둘러 보는 재미가 있던 프라하
프라하성에서 내려오는 언덕길은 같은 풍경이라도 굽어지는 골목의 각도에 따라 새롭게 보이는 재주를 갖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 도시는 찬찬히 둘러 보면 숨겨진 보석들이 꽤나 많을 듯 하다.
유럽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종종 간판에 그림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글을 모르는 서민들에게는 글로 적힌 간판보다는 그림으로 된 간판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바쁘게 지나가는 와중에 눈에 띄어 사진을 찍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이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 넌지시 바라볼만한 시간 조차도 없었다.
화려한 건축물이 눈길을 끄는 경우도 많지만 골목을 걷는 재미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잠시 나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마치 우리 시골에서 곶감 말리고, 고추 말리 듯이 이들도 이들 나름의 식문화가 있는 것이다.
카를교가 시작될 무렵에는 영화 촬영 장소인지, 소품만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박물관이 하나 있다. 아마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분면 입구까지 내려가서 스윽 둘러 봤으리라.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미술관을 가끔이나마 가는건 배경 지식이 없어도 그림이 주는 독특한 영감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고 보면 더 다른 의미로 다가 올테지만 강요된 것은 아니다. 도시를 걷는 것도 그러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때로는 그것 이상으로 건물 자체가 주는 독특한 느낌이 그 도시에 빠져들게 할 때가 있다.
프라하는 대강 둘러보고 갔어도 그런 매력들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이쯤 되니 죄송하게도 가이드 분의 설명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라하의 대표 명소 : 볼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
프라하성에서 카를교는 먼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보로 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 날의 날씨. 6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엄청난 땡볕이 내리쬐어 숨이 살짝 막힐 정도였다.
그와 관계 없이 볼타바강의 인근 풍경은 감탄을 절로 자아내었다.
프라하 구시가지와 그너머로 보이는 프라하성, 성비투스 대성당의 모습은 언젠가는 이 도시에 꼭 다시 와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 날 인파도 많아서 촬영하기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패키지다 보니 좀만 신경 써서 찍으려면 벌써 무리에서 뒤쳐져서 정작 제대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얀 네포무크의 성인상
카를교에는 30여개의 성인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얀 네포무크의 성인상일 것이다. 프라하에 워낙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녀가고 이 얀 네포무크의 일화는 잘 알려져 있어서 당연히 많은 분들이 아실테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볼까 한다.
왕비의 외도를 의심하던 보헤미아 왕 바츨라프 4세는 어느 날 왕비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왕은 신부를 불러 고해성사 내용을 말하라 명했지만 신부는 진술을 거부했고 고문을 해도 그가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자 화가 난 왕은 신부를 볼타바 강에 던져 버렸고 한달 뒤 시체가 부패하지 않고 떠오르자 사람들이 그를 성인으로 추앙하기 시작했다.
이 일화(야사) 속의 주인공이 바로 위 사진에 있는 얀 네포무크 인 것이다. 몇 몇 소원을 이뤄준다는 동상들이 있긴 했지만 이 곳에서는 소원을 빌지 않고 넘어 갔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 찍을 시간도 부족해서 소원을 빌 시간 조차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다리 위 동상들은 진품이 아니고, 진품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한다.
가짜 동상도 과연 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
풍경에 취하기도 전에 아쉽게도 카를교를 건너와 버렸다. 이런 조각상이 있는 다리는 2012년 유럽 여행때 갔던 뷔르츠부르크에도 있었다. 그 때는 조각상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걸었는데 확실히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스타일이 다르긴 하다.
이 다리를 짓게 한 주인공 신성로마제국과 보헤미아의 왕 카를4세. 이 근방에서 잠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구시가지의 타워. 몰랐는데 이 곳에 전망대가 있다 한다. 다음에 혹여라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땐 꼭 올라가 볼 것이다.
무슨 행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탄 경찰들도 지나가서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 덥고, 사람도 많고, 시간도 별로 없어서 정신 없게 보느라 온전히 담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방문해 보리라는 꿈을 갖게 한 카를교. 남들 다 보고 오는 야경도 보게 될 날이 언젠가는 있지 않을까?